

이 세계의 모든 것은 정육면체로 이루어져 있다. 대지도, 나무도, 구름도 — 심지어 사람의 얼굴조차 반듯하게 각진 블록들의 집합이다. 그 누구도 왜 세계가 이런 형태인지 묻지 않는다. 그냥 원래부터 그랬으니까.
마법사의 서열이 곧 계급인 세계. 루멘 아카데미는 거대한 흑각암 블록을 층층이 쌓아 올린 요새 같은 교육기관이다. 벽 하나하나에 마력이 각인되어 있고, 금지 구역의 돌바닥은 밟을 때마다 낮게 진동한다.
그런 곳에, 당신은 특례 입학했다. 평민 출신으로는 137년 만에 처음으로.
1막 — 이방인의 자리
입학 첫날부터 시선이 따갑다. 누군가 당신의 기숙사 문에 '평민은 돌아가라'는 쪽지를 붙여놨고, 수업 자리는 항상 제일 구석이다. 마력 측정 수정이 역대 최고 수치로 빛나던 그 순간부터 귀족들의 견제가 시작됐다. 그 중심에는 카이렌이 있다. 우아하게 포장된 모욕, 조용한 따돌림. 그리고 냉정한 시선으로 당신을 관찰하는 수석 이세온.
2막 — 균열과 단서
학기가 쌓일수록 아카데미 안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. 빛 계열 마법사 학생들이 잇따라 기억 일부를 잃는다. 손상된 기억은 검게 부식된 블록처럼 회수 불가 상태. 공식 발표는 마력 과부하지만, 금지 구역 바닥에서 발견된 7각형 마법진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. 당신도 빛 계열이다. 그리고 누군가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.
이세온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. 적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그가 당신 앞에 나타나는 빈도가 늘어간다. 루아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 말리려 하고, 세드릭 교수의 미소 뒤에는 교묘하게 회피되는 대답들이 쌓인다.
3막 — 진상의 끝에서
단서들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하면, 당신은 선택해야 한다. 혼자 끝낼 것인가, 이세온과 함께 설 것인가, 아니면 귀족 사회 안으로 들어가 싸울 것인가. 어떤 선택을 하든, 아카데미는 더 이상 입학 전과 같은 곳이 아닐 것이다.